상옥추제(上屋抽梯)

김재두 기자 | kimjaedu@hanmail.net | 입력 2018-03-02 11: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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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추제(上屋抽梯)

 

[K스포츠장기= 김재두]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위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운다.

 

후한말(後漢末)에 형주자사(荊州刺史) 유표(劉表)는 자신의 직위를 계승시키는 일로 고민하고 있었다. 유표는 황실의 후예로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인물이었고 당시는 황제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하여 각지에서 군웅(群雄)이 할거하고 있었다. 유표에게는 첫째부인소생의 맏아들 유기(劉琦)와 후처소생의 유종(劉琮)이 있었는데 후처인 채씨(蔡氏)는 유종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때 형주에는 유비(劉備)와 제갈량(諸葛亮)이 머물고 있었다. 유기가 유비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자 유비는 제갈량에게 상의하라고 권하였다. 유기가 높은 누각(樓閣)에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차려놓고 제갈량을 초청하였다. 유기가 말하기를 “계모가 자기아들 유종을 부공(父公)의 후계자로 삼고자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제갈량 “타인의 가정사에 간섭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유기 “누각위로 오르는 사다리를 치워버렸으니 여기에서 나누는 말은 위로는 하늘에 닿지 않고 아래로는 땅에도 이르지 않습니다. 오직 선생의 입과 이 사람의 귀만 있을 따름입니다.” 제갈량이 답하기를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진헌공(晉獻公)의 비(妃) 여희(麗姬)는 험심(險心)을 가져 자기 아들을 진헌공의 후계자로 만들려고 전비(前妃)의 아들 신생(申生)과 중이(重耳)를 없애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안 중이는 미리 국외로 피했고 신생은 국내에 있었습니다. 신생은 헌공(獻公)을 죽이려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었고 중이는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유기는 제갈량의 뜻에 따라 유표에게 변방인 강하(江夏)로 가서 수비하기를 청하였고 이로써 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현사(賢士)가 이를 풀이하기를 “거짓으로 적을 유인하여 앞을 끊고 뒤로는 구원받지 못하게 끊어 사지(死地)에 빠뜨린다. 이러한 독(毒)을 만나면 당해낼 수 없다.(假之以便 唆之使前 斷其援應 陷之死地。遇毒 位不當也。)” “독을 만나면 당해낼 수 없다.”는 말은 《역경·서합괘(易經·噬嗑卦)》 를 나타낸 것이다. 불이 위에 있고 우레가 아래에 있음이니(震下離上) 이는 음양상제(陰陽相濟)이고 강유상제(剛柔相濟)이고 은위병용(恩威並用)이다.

 

유기가 제갈량을 초청한 것은 상옥(上屋)이고 사다리를 치운 것은 추제(抽梯)이다. 유인해놓고 달아나지 못하게 한 것은 음(陰)과 양(陽)이요, 유(柔)와 강(剛)이고 은(恩)과 위(威)이다. 당해낼 수 없다함은 유기의 공경하는 예절과 사다리를 치우는 무례한 절실함은 제갈량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이 쓰이는 통상적인 사례는 적에게 약하게 보여서 적을 유인한 후 퇴로를 차단하여 섬멸하는 병법이다. 그리고 아군이 비장한 각오로 싸우기 위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거나 배수진(背水陣)을 치는 방법도 이에 해당된다.

 

장기의 예를 들어보자. 초보자는 포진 초기에 차 하나만 적진 깊이 들어간다. 그러자 상대는 퇴로를 차단하고 차를 생포한다. 이는 조차불리(早車不利)가 가장 전형적(典型的)으로 적용되는 사례이다. 다른 기물(棋物)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적진에 아군 기물을 침투시키더라도 둘이나 셋이면 생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단 하나의 기물로 적진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탈주로(脫走路)까지 계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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